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는 지극히 속물적이며 현실적이다. 그래서 솔직히 드러내어 주장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흔히 사람들은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누구나 돈을 많이 갖길 원하고, 돈이 많은 사람조차 더 많은 돈을 얻으려는 것을 보면 돈에 어떤 강력한 힘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부와 가난을 모두 경험한 사람들은 돈이 상당 부분 행복을 살 수 있게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돈으로 모든 행복을 다 살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의 행복은 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부자이면서 불행한 사람이 있고 가난하면서 행복한 사람도 있다. 이런 것을 보면 가난이나 부는 행복의 기준은 분명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돈의 가치를 이해하면서 행복의 방법을 터득한 사람에게는 돈이란 어마어마한 행복을 줄 수 있는 도구이다. 돈은 자신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도록 적정한 영양과 휴식을 주고 지나친 노동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또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한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해주고 가족 간의 재정적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를 쉽게 해결해주기도 한다. 이렇듯 스스로 만족할 줄 알고 사회와 이웃에 기여할 수 있는 현명한 삶을 배운 사람이라면 돈이 많을수록 행복해질 수 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으니 돈에 대한 욕망을 멈추라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그런 말들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돈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바탕이 되고 있다. 올바른 논의를 위해서는 돈이 얼마나 있으면 행복하냐는 관점이 아니라 '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대한 관점으로 바꿔야만 한다.

출처 : 하나은행

 만일 돈이 많아 비행기를 탈 때 일반석이 아닌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을 이용하며 좁은 자리에서 은박지 덮인 치킨을 먹는 대신 넓은 자리에서 캐비어와 버섯 요리를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그래서 다른 일에서도 더 고급을 찾게 되고 회원 등급 유지를 위해 더 불필요한 소비를 하게 된다면 돈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기보다는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다. 

 벨기에의 리에주 대학교 '조르디 쿼드바흐' 박사 연구팀은 과학잡지 <심리과학>에 "부는 우리에게 많은 재화를 소비할 기회를 보장하지만 동시에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감소시킨다."라는 연구를 게재하기도 했다. 돈은 우리에게 행복에 관한 갈망을 증대시키고 갈망은 중독성이 있어서 더 큰 중독을 불러일으키기에 언제나 위험하며, 돈이 점점 많아지면 새로 산 차나 새집이 주는 즐거움의 기간이 짧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돈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관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돈으로 행복을 사는 경우는 조금 전의 사례와는 결과가 많이 달라진다.

 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초점을 두는 사람은 만일 무언가가 사고 싶다면 상품이나 물건보다는 경험과 지식을 사려고 할 것이다. 모든 물건은 그것이 얼마의 기간이 지나면 매력을 잃기 마련이다. 별장이나 요트는 놀러 가기 멀고 사용하기 번거로워서 곧 흥미를 잃을 것이고 가방이나 차는 자신의 것보다 더 좋은 것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자랑은 고사하고 보여주기도 싫어지게 되는 그냥 단순한 소비품일 뿐이다. 그러나 가족들과 아름다운 경치로 유명한 곳을 여행하거나 친구들을 초대해 근사한 식사를 하는 등의 경험이나 감정은 물질적 만족보다 훨씬 깊은 행복을 준다.

 돈이 많은 부자이면서도 가방을 둘러메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요즘 유행하는 영화를 보고 근처 공원을 들르는 데에서 찾아오는 작은 행복은 부자와 일반인 양쪽의 경계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주고 스스로 돈의 지배를 받는, 돈 아래 있는 것이 아닌, 돈 위에 자신을 가져다 놓을 수 있음을 공고히 하는 행위이다.

 정리하자면 행복은 현재 우리의 상황이나 환경 때문이 아니라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돈은 이것을 보완할 뿐이다. 돈이 행복을 직접적으로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는 우리가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도울 수는 있다. 내가 돈을 주인으로 모시지 않고 돈이 나를 주인으로 모시게 만든다면 돈을 얼마든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참고도서 :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 출처 : 스노우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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